“건축가는 큰 틀만 설계…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작품 완성” -한국일보인터뷰기사
박현진(왼쪽 사진) 대표와 난곡공원에 설치된 파빌리온 ‘하늘아래 첫 동네’
1998년 시작된 생테티엔느 디자인비엔날레는 다양한 국가의 자유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디자인비엔날레. 13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 박 대표는 ‘함께 만드는 도시’를 주제로 한 유네스코 창의도시 부문에 베이징, 베를린, 고베, 로스앤젤레스 등 총 11개 도시의 건축가, 디자이너와 함께 초청됐다.
초청작은 2009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자유부문 당선작인 파빌리온 ‘하늘 아래 첫 동네’. 박 대표는 행사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날인 9일 서초동 사무실에서 “서울시에서 2007년부터 3년간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당선자 중에서 제가 제일 ‘안 유명한’ 건축가였다”며 “아마 ‘함께 만드는 도시’란 주제 때문에 운 좋게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아래 첫 동네’는 세모 지붕을 올려놓은 원두막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현재 신림동 난곡공원에 설치돼있다. 박 대표가 대학원 시절부터 10년 넘게 신림동에서 살면서 근처 난곡 재개발을 곁에서 보게 됐고, 주변부로 밀려난 달동네 주민들에게 쉼터를 갖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달동네 이미지를 지붕, 기둥 프레임만 남긴 구조물로 만들었어요. 작품을 공원에 설치했던 날 동네 어르신들, 아이들과 함께 완성시켰어요.”
박 대표는 부산 동아대와 한양대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런던대학에서 건축가 피터 쿡을 사사하고 2004년 귀국해 건축사무소 공간의 해외건축팀에서 일하다 2006년 사무소를 차렸다. 박 대표는 “사계절이 정해져 있고, 계절에 따라 우리가 자유롭게 입고 먹는 것처럼, 건축가가 일정한 경계를 만들고 기술자, 건축주가 자유롭게 작품을 완성하는 건축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청작에는 이런 고민이 투영돼있다. 예컨대 박 대표가 작품의 큰 틀인 지붕, 기둥을 설계하면, 사무소 직원들이 기둥의 세부안을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설치 당일에 5가지 색깔의 페인트를 동네 어른들께 드리고, 그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색칠해서 작품을 완성했다. 박 대표는 “참여자들에게 자율성을 주면서도 작품 큰 틀은 건축가가 계산하는 것”이라며 “주민들과 함께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일상적인 것을 특별하게 보는 계기였던 이런 작업으로 특별한 공간을 더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