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160501 고시촌 전전하는 청년들에 쉴만한 보금자리를

May 3, 2016

 

 

 

 

 

 

고시촌 전전하는 청년들에 쉴만한 보금자리를 - 국민일보

서울 용산구 후암로 온건축디자인 사옥. 레몬색과 남색이 조화를 이룬 4층의 이 건물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쏙 들어온다. 박현진(46·분당 샘물교회) 온건축디자인 대표가 지난달 초 오픈한 이곳은 일반 건축사무소 건물과 달리 특별한 공간을 품고 있다. 도심에서 주거비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안락한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짱가쉐어하우스(짱가하우스)다.

1층에 있는 52.9㎡(16평)의 짱가하우스는 1개의 싱글룸과 2개의 2인실로 구성돼 있다. 박 대표는 이곳을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꾸몄다. 거실과 부엌을 함께 사용할 수 있고, 건물 옥상의 시원한 테라스에선 티타임과 삼겹살 파티를 즐길 수 있다.

가난한 청년들은 도심에서 방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비좁은 고시원도 월세가 만만치 않다. 박 대표가 짱가하우스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도 주거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었다. 이곳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착한’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다.

박 대표와 조대원(40·서울 물댄동산교회) 이사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짱가하우스를 2호점, 3호점 식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투자 방법도 생각해 놓았다. 은행에만 두기엔 이자율이 낮고 사업을 시작하기엔 역부족인 금액들을 모아 건물에 공동 투자하도록 하는 형태다. 투자자는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건물에 투자했기에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박 대표는 “투자자들이 많아질수록 주거비가 떨어진다”며 “청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선한 일에 동참한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청년들과 삶의 지혜 등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다. 조 이사는 “짱가하우스에는 청년들에게 소통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돕는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짱가하우스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2012년 서울역 부근의 쪽방촌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만든 일이었다. 허름한 고시원 건물의 지하에서 한 목회자가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부를 시키고 교제하는 사역을 했다. 어둡고 곰팡이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그곳에서 공부가 잘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목회자의 요청으로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공부방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중보기도의 힘으로 기적처럼 공사에 필요한 금액이 채워졌다.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깔끔하고 아늑한 공부방을 만들기 위한 공사를 했다. ‘축제’같은 시간이었다. 목회자와 아이들이 새로 바뀐 공간을 너무 좋아해 박 대표가 오히려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열흘 일했을 뿐인데 이분들에겐 10년 동안 행복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된 거죠. 자기 집에 친구를 데려올 수 없었던 한 아이가 공부방에 친구를 데려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어요. 지금 이곳에선 다양한 사역이 이뤄지고 있어요. ‘오병이어’와 같은 일입니다.”

2014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도 박 대표가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에선 나눔이 선한 행위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일일 뿐이었다.

“이웃 중 누군가가 굶어죽었다고 하면 굉장히 수치스럽게 여기고 자신의 죄라고 생각해요. 나눔에 10단계가 있는데 마지막 단계가 가난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었어요. 이스라엘 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배경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었지요. 저도 취업난 주거난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습니다.”

박 대표도 2006년 친구 사무실에서 노트북 하나로 건축사무소를 시작했다. 교회 설계와 선교지를 위한 작업 등을 하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좋은 공간을 만드는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하나님은 언제나 돈 없는 자들의 편, 즉 ‘좌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가 개인적으로는 많은 부담이 됐지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두렵지 않다”면서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실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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